2020년 2월 4일 화요일

한겨울의 러시아, 그 낭만의 동토로 떠난 17일의 예술여행


모스크바-상트 페테르부르크

안녕하세요~ 러시아를 사랑하는 남자, 고양이 탐정입니다.
이번엔 다녀온 지 좀 된 러시아 여행기를 써보겠습니다. 매번 미루고만 있다가 한참 지난 이제서야 쓰게 되네요....팁과 총 경비는 글 맨 밑에 있습니다. 스크롤 다운 ↓↓↓

러시아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보드카, 캐비어, 테트리스, 크렘린, 시베리아, 추운 날씨, 그리고 아리따운 러시아 처자들....은 아니구요
사실 러시아는 발레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볼쇼이 발레단이 있구요, 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서 깊은 발레 극장인 마린스키 극장이 쌍끄뜨 삐쩨르부르크에 있습니다.
하지만 발레를 보러 러시아로 휴가를 가겠다니 다들 주변에서 다들 미쳤다고 하는군요 -_- 스킨헤드들이 때리면 어쩌냐고 말리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호주는 한여름인데 북반구는 아직 겨울이고, 춥기로 유명한 러시아라니....그래도 여행 떠날 때 2월 말이면 조금 덜 춥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습니다(하지만 오산이었습니다.) 말리는 마음 딱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만 저는 말리면 말릴수록 더 하는 청개구리 인지라 더더욱 결심을 굳게 하고 비행기 표를 써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시드니에서 모스크바까지 직항은 없었습니다. 사실 호주에서 유럽행 직항은 일반적이진 않습니다. 중동이나 싱가포르 혹은 중국 어딘가를 거쳐가야 하지요. 한참 서치를 하던 차에 발견한 티켓은! 대한항공의 서울 경유 모스크바 왕복 티켓! 시드니-서울 11시간 그리고 서울-모스크바 11시간, 거의 하루에 육박하는 대 장정이 예고되었습니다. 연결 편까지는 서울에서 약 20시간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어서 타는 것은 무리이기도 하고 (48시간 정도 연속으로 여행해본 적 있습니다만, 만 하루가 지난 시점부터는 거의 죽을뻔했거든요) 어차피 다음날까지 비행기를 기다려야 하니 서울 시내까지 들어가서 스탑 오버를 하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옛사랑 그녀도 만나보기로 결정...

여행 정보 검색과 함께 사전 준비를 몇 가지 했습니다. 모스크바의 공항 고속 열차인 아에로 익스프레스 (Aero Express) 예매, 요거 모바일 앱으로 하시면 편리합니다.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 예매,,,신관과 구관이 있습니다. 전통을 느끼려면 구관으로 가셔야죠! 마침 돈 키호테가 여행 기간 내에 올라옵니다. 2층 발코니로 예약.
호텔 예약할 차례, 익스피디아에서 찾아봅니다. 홀리데이 인에서 일단 2박 3일 하기로 합니다. 잘 모를 때는 체인으로 가는 게 안전하지요. 나머지는 현지에서 추가로 예약하기로 합니다.
여러 가지 유용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설치 - 얀덱스 택시 (Yandex Taxi), 얀덱스 메트로(Yandex Metro), 얀덱스 트랜스포트(Yandex Transport) 얀덱스는 러시아판 구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많은 것들을 하고 있는 회사이지요. 러시아 안에서는 구글보다 더 정확합니다. 특히 얀덱스 택시 정말 유용합니다. 아 혹시 아리따운 러시아 처자를 만나면 주소 교환이라도 하게 VK도 설치해 봅니다....러시아에서는 훼이스북대신 VK를 쓴다죠.

짐을 싸기 시작합니다. 기후가 온화한 호주에서 살다 보니 두꺼운 옷이 없습니다.....그래 겹쳐 입는 게 두꺼운 옷보다 더 따뜻하다고 했어.. 몇 겹으로 껴입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애써 자위하며 가을 초겨울 옷들을 긁어모아 봅니다. 발레 극장에 갈 때 입을 코트도 챙겨 넣어 봅니다. 평소보다는 짐이 더 많아져서 이번에는 백팩이 아니라 캐리어를 동원해야만 했습니다. 원래 여행 갈 때는 아주 가볍게 최소한의 짐으로 거지처럼 하고 가거든요. 아무 데나 눕고 앉거나 조금 더러워져도 신경 쓰이지 않고, 분실해도 마음 편하고 또 언제라도 짐 줄여야 할 때 버리고 올 수 있도록이요. 가까운 동남아는 책가방 사이즈 하나로 훌쩍 다녀옵니다. 물론 사진은 예쁘게 남지 않습니다만, 어차피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겠습니까,,,, 


2월 22일 1일차
시드니 킹스포드 스미스 국제공항으로 향합니다. 시드니 공항은 시내에서 상당히 가깝습니다. 전철 타고 25분 정도면 도착합니다. 그래서 지어진지도 오래되었지만 확장이 어려워서 새 공항을 짓는다고 합니다. 이미 건설하고 있다고도 하는데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발권하고 짐 부치고 출국 수속 후 게이트로 향합니다. 한국서 만날 분을 위해 면세점 표 꿀과 건강식품 겟....호주산 비타민을 다들 좋아하시더라구요. 게이트에 도착하니 반가운 하늘색 비행기가 보입니다. 국적기 타본 지 15년 넘은 것 같습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탔더라? 아시아나였는지 댄공이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무튼 탑승 완료..확실히 승무원의 서비스는 아시아권 항공사가 압도적으로 좋구요 그중에서도 한국 승무원들이 발군입니다. 어찌 보면 노동강도가 걱정되기도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호주 승무원들 유럽 승무원들... 물론 친절합니다만 딱 할것만 한다는 마인드 아시잖아요. 막 오버해서 알아서 세심하게, 최대한 손 안 가게 기분 최대한 안 상하게 그렇게 해주진 않으니까요. 글고 중국이나 동남아 승무원들은 굉장히 친절하시지만 특유의 액센트 때문인지 약간 영어 소통에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생각하는 저도 아마 그렇겠죠 한국 악센트 쓴다고-_-
시드니에서 9시에 출발하는 댄공 122편은 한국에 저녁쯤 도착합니다. 계절에 따라 시차는 1시간이나 2시간이구요. 서울에 도착하여 간만에 보는 지인과 밀린 이야기하며 저녁밥 먹고 노래방도 가고 회포를 풀었습니다. 험난한 러시아 여행의 전조인지, 때마침 눈이 펄펄 내려 쌓이는데 양 꼬치에 칭따오 꿔바로우가 술술 넘어갑니다.

2월 23일 2일차
오후 1:05분에 출발하는 댄공 923 모스크바행입니다. 슬슬 게이트 주변에 백곰 형님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잽싸게 구글 번역기로 러시아어로 때리지 마세요가 뭔지 검색해 봅니다 -_- 유용하게 사용되지는 않길 바라봅니다. 참고로 안녕하세요는 쁘리비엣, 감사합니다는 스파시바 입니다. .....스파시바 많이 쓰게 됩니다.
역시 댄공의 서비스는 감동입니다. 밝게 웃는 캐빈크루들 덕분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킨들 앱에 있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며 예습으로 러시아 클래식을 들어봅니다.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 가장 좋아하는 두 작곡가입니다. 트랙 리스트가 한 바퀴 반 정도 돌 때쯤 착륙 준비를 하고 5시경 세레메티에보 공항에 터치다운합니다. 시차는 6시간... 거의 11시간을 왔는데 아직 저녁때라니 뭔가 많이 이득을 본듯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러시아의 입국심사는...나쁘지 않습니다. 일견 까칠해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사무적이고 기계적이며 효율적인 분위기에 가깝습니다. 여행 목적과 숙소, 왕복 티켓 등 간단히 질문후 형광 분홍색 스탬프를 찍어줍니다. 최대한 앞에서부터 딱 맞는 빈자리를 찾아서 찍어주더군요. 마치 여권 공간조차 효율적으로 아껴야 한다는 듯이 사증란 밑에 펀치 구멍 뚫린곳에다 찍어주더군요. -_- 극한의 효율 추구입니다.

구석 밑에 찍힌 러시아 스탬프가 보이시나요? 정말 한참 된 앞 페이지에서 빈 공간을 찾아 찍어주었습니다


공항에서 약간의 돈을 환전 후 모바일 앱으로 예매한 아에로 익스프레스에 탑승합니다. 별도 발권은 필요 없이 모바일 QR코드 티켓 쓰시면 됩니다. 모스크바 시내 도착 후 유명한 모스크바 지하철을 경험해 봅니다. 깊기는 얼마나 깊은지 에스컬레이터가 한없이 내려갑니다. 방공호로 쓰려고 만들었다더니 역시 4호선이나 7호선은 저리 가라입니다. 역사나 지하 홀을 멋지게 장식 해놓았습니다. 특히 황동으로 사람과 동물 등 여러 가지 동상을 많이 만들어 놓았는데, 개코와 주둥이가 반질반질합니다. 만지면 행운이 온다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 만지고 가더라구요. 손짓 발짓으로 3일권을 끊은 후 얀덱스 메트로 앱을 사용하여 호텔까지 가봅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어렵지 않게 되어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역이 한 플랫폼에서 두 방향을 다 타게 되어 있으므로 잘못 타도 다음 역에서 내려 반대쪽 전철을 타면 됩니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지역이므로 환승에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며 쁘롤레따스까야역(Proletarskaya)에 도착, 눈이 내리는 거리를 걸어 호텔로 갑니다. 도로와 보도에 제설작업은 잘 되어 있습니다만 약간 후미진 주차장 같은 곳에 쌓인 거대한 눈 무더기를 보며 얼마나 눈이 오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무사히 홀리데이인 타간스키(Holiday Inn Tagansky)에 체크인합니다. 외국인들은 체크인할 때 꼭 거주 등록을 해야 합니다. 큰 호텔은 거의 체크인과 동시에 그냥 해주고, 작은 숙소에서는 약간의 등록비를 별도로 받기도 합니다. 귀찮다고 안 하면 나중에 경찰에 삥 뜯긴다고도 합니다. 호텔 안에 Gym도 있는 데다 업그레이드를 해주었는지 방 사이즈가 굉장히 큽니다. 서유럽 여행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사이즈의 방입니다. 약간 외곽이긴 하지만 이 가격에 4성급 호텔이라니요...러시아가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시설이 산뜻하고 침구도 질 좋은 데다 공기가 후끈후끈합니다. 러시아에서는 실내 난방을 굉장히 뜨겁게 합니다. 산유국이라 가스를 굉장히 저렴하게 공급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실내 실외 온도차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바깥에서는 두꺼운 모피나 패딩을 입고 실내에서는 얇은 옷으로 지냅니다. 그래서인지 극장이나 괜찮은 식당, 박물관 등에서는 꼭 두꺼운 겉옷을 맡아주는 클락 룸이 있지요. 실내에서는 겉옷이 번거롭고 덥거든요. 짐을 풀고 조금 쉬다가 역 주변 쇼핑센터 등 주변을 돌아본 후 몇 가지 식료품과 필수품을 사서 돌아왔습니다. 저녁을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에로 익스프레스에서 내려 처음 보게 될 모스크바의 모습

닳고 닳아 콧구멍도 사라져버린 동상, 스몰렌스카야 역사


2월 24일 3일차
일찍 일어나 짐에서 운동을 하고 간단히 요기후 붉은 광장으로 나갑니다. 이날의 코스는 붉은광장 주변 크렘린과 성 바실리 성당을 보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얇은 티-스웨터-후드 재킷-패딩 순으로 네 겹을 껴입고 아래쪽은 기모 타이즈도 입고 나갔습니다. 지하철로 오코뜨니 리아드 역(Okhotnyy ryad)으로 이동 후 지상에 올라섰는데...조금지나니 손과 얼굴 등 노출되어 있는 부위는 정말 살을 에이는듯 합니다. 후드를 썼는데도 귀는 거의 떨어져 나갈 지경입니다. (그때 왜 귀마개나 목도리 장갑을 일찍 사지 않았을까 나중에 후회했습니다.) 붉은광장 주변에는 박물관이나 굼 백화점, 레닌 묘, 볼쇼이 극장, 미술관 등 볼거리들이 제법 몰려 있습니다. 성 바실리 성당은 일명 테트리스 성당이죠. 러시아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멋진 교회 건물입니다. 광장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방에서 온 러시아 사람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생각보다 많이 보였습니다. 역 근처 지하 쇼핑몰에는 먹을만한 식당들이 많이 있습니다. Moo-Moo 뷔페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워낙 날씨가 추워서 어디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가 싫어지더군요 ^^;

양파 탑이 인상적인 성 바실리 성당, 볼쇼이 극장, 붉은 광장, 레닌 묘, 맑스 흉상


2월 25일 4일차
아침에 일어나 짐에서 운동하고 메트로를 타고 나섭니다.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으로 이동하여 내부를 관람합니다. 실제 예배를 드리는 용도로 사용되므로 내부 사진 촬영은 할 수 없었지만, 금박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은 성당입니다. 정교회 성당중에 가장 크다고 하네요. 성당 전망대까지 오르니 주변 경관이 훤히 보입니다. 크렘린 종탑도 가깝게 보이고 모스크바 강을 끼고 들어선 발전소 굴뚝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옵니다. 뒤편에 위치한 파트리아흐르 다리는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요. 걸어서 건너는 보행자용 다리입니다.

회색 하늘+굴뚝 연기가 모스크바스럽습니다. 성당 꼭대기에서 크렘린이 보이고~


저녁에는 아르바트 거리로 이동해서 푸쉬킨상 빅토르 최 벽 주위를 거닐었습니다. 저녁식사는 쉑쉑버거를 먹으러 갑니다. 지금은 문을 닫았다는데 혹시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르바트 거리의 푸쉬킨상과 쉑쉑버거

호텔로 돌아와 상트 페테르부르크행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합니다. 겨울인데도 너무 임박해서 예약하려니 숙소 선택의 폭이 크지 않았습니다. Station K43 Hotel...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숙소로 6박 7일을 예약했습니다.


2월 26일 5일차
아침 일찍 체크아웃 후 도모데도보 공항으로 향합니다. 모스크바에는 공항이 세 군데가 있습니다. 크기에 따라 도모데도보, 세레메티에보, 브누코보 순입니다. 한국행 비행기는 세레메티에보에서 뜹니다.
10시 10분 이륙하여 11시 50분 상트 페테르부르크 도착입니다. (앞으로는 줄여서 상트로 부르겠습니다. 현지인들은 뼤쩨르라고 부릅니다.) 풀코보 공항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상트 시내로 향했습니다. 숙소는 많지 않은 옵션 중에서 성 아이작 대성당과 마린스키 극장에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정했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상트에서는 저렴한 요금 덕에 거의 택시를 이용했고, 가까운 숙소보다는 조금 더 좋은 숙소를 잡는 게 중요했습니다. 구시가지에 오래된 숙소 중에 골라잡다 보니 시설은 상당히 허름하고 방도 좁은 편이었습니다. 소비에트풍의 공동아파트를 호텔로 개조한 느낌.... 한 가지 위안이라면 조식이 포함되어 있고 난방은 정말 잘되어 있다는 점, 스태프들이 친절하다는 점. 3성급이라고 해놨지만 2성급의 그런 느낌 아시잖아요? 체크인하며 거주 등록을 새로 했습니다. 여기서는 약간의 등록비를 요구하더군요.
상트 구시가지는 아기자기한 근대 유럽 도시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개발을 정말 최소화하며 옛 모습을 지켜내고 있었습니다. 시내를 연결하는 수로들은 여름에 오면 정말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거미줄 같은 운하와 수로 덕분에 북유럽의 베네치아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물론 겨울이라 수로가 얼어붙었기 때문에 곤돌라는 다니지 않았지만, 차라리 빙판 위로 스케이트를 타면 여기저기 빨리 갈 수는 있을듯했습니다. 먼저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눈발이 희끗희끗 날리는 가운데 성 아이작 대성당으로 먼저 향했습니다. 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의 돔을 연상케 하는 황금을 입힌 돔이 눈에 들어옵니다. 런던의 그것보다는 다소 작은듯하지만 황금으로 씌워진 크고 아름다운 돔은 시내 어디서나 눈에 보입니다. 제정 러시아의 수도였던 19세기에는 겨울궁전보다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게 금지했고, 그 이후 소비에트 하에서는 모스크바가 수도였기 때문에 높은 건물이 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동방 정교회 성당 다운 특유의 아이콘과 모자이크들로 장식된 내부는 화려함 그 자체입니다. 러시아에 많은 정교회 성당이 있지만 그중 단연코 가장 화려한 성당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각종 색채의 화려한 석재, 보석, 황금으로 장식한 내부는 한 군데도 놓칠 곳이 없습니다. 성당을 둘러보고 나와 환전도 하고 저녁도 먹으러 넵스키 대로로 향했습니다. 이탈리아 식당 마르셀리스에서 세트메뉴를 배부르게 먹고 피자도 한판 포장해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도착, 버스 표가 특이합니다.
센나야 광장- 죄와 벌 다 읽어보셨죠?

성 아이작 성당


2월 27일 6일차
오늘은 마린스키 극장으로 발레를 보러 가는 날입니다. 오전 오후에는 넵스키대로 주변을 돌아보고 저녁때 극장으로 가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느지막이 일어나 호텔 조식을 든든히 먹었습니다. 제공되는 음식은 푸짐했습니다. 쁠리니(러시아식 팬케잌)에 스메타나(신 우유크림)를 듬뿍 쳐 각종 과일을 올려 잔뜩 먹었습니다. 넵스키 대로로 나가 카잔 대성당을 구경했습니다. 카잔의 성모로 유명하고 교회 규모는 굉장히 큽니다만 내부는 소박하고 검소한 편입니다. 실제로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장소로 이용하기 때문에 내부는 초 그을음으로 거뭇거뭇합니다. 여행객들도 저마다 초를 사서, 유명한 카잔의 성모 앞에 불을 붙이고 가족의 건강을 빌어봅니다. 대로를 건너 피의 구원 성당으로 향합니다. 모스크바에 있는 성 바실리 성당을 본따 지었다고 알려져 있는 성당입니다. 역시나 양파 모양의 탑이 독특합니다. 탑을 복원 중이어서 비계와 가림막으로 많은 부분을 가려놓았더군요. 내부는 역시 많은 이콘과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는데, 성 아이작 성당만큼 화려하진 않아도, 작은 타일 조각을 하나하나 붙여 만든 모자이크들은 정성스럽고도 또한 현란한 느낌을 줍니다. 성당을 관람 후 다시 카잔 대성당 쪽으로 돌아와 성당 뒤쪽에 위치한 유명하다는 맛집을 찾아갔습니다. 러시아 음식으로 유명한 식당인데요. 이름은 마말리가(Mamalyga) 입니다. 카잔 대성당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보르쉬(스튜나 수프), 샤슬릭(양고기꼬치), 뻴메니(러시아 만두입죠), 할라졔쯔(고기젤리인데 편육 누른 고기 맛납니다) 샤우르마(케밥같은 느낌?) 등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쉬었습니다. 러시아 음식은 추운 날씨 때문인지 고기지방을 잔뜩 넣어 열량이 높은듯합니다. 전체적으로 요리 맛이 기름져요. 음료도 엄청난 당도를 자랑합니다. 남자들은 삼시 세 때 술을 마시고 여자들은 베리나 블랙커런트로 만든 엄청나게 단 주스를 마십니다.
카잔 대성당이 보이는 러시아 식당, 마말리가

숙소에서 조금 쉬다 어느덧 저녁때가 되어 얀덱스 택시를 불러 마린스키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극장 주변이 정말 인산인해입니다. 관광객도 많지만 현지인들의 공연사랑은 정말 대단한 수준입니다. 어린 학생들은 학생증만 있으면 무료이고, 음대생은 음악공연이 무료, 미대생은 미술 전시가 무료라고 합니다. 노인분들도 경로 할인을 받아서 싼 티켓을 사면 정말 저렴하게 발레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할머니 할아버지 동반으로 오신 분들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클락 룸에 겉옷을 맡기고 착석~~ 

오늘의 작품은 돈 퀴호테(Don Quixote)입니다. 한국 관객들에게 특히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에요. 경쾌한 박자와 명료한 멜로디의 신나는 음악, 엄청난 테크닉을 요구하는 현란한 춤, 해피엔딩의 희극적 스토리, 스페인식의 화려한 의상과 무대연출, 거기다가 2막에서 볼 수 있는 클래식한 튀튀 군무까지~ 한편에서 정통 발레 코믹 발레 낭만발레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나 여주인공 키트리 역의 비중이 굉장히 높은데 난도 마저 높다 보니 정상급 발레리나가 하드캐리 해야 하는 레퍼토리입니다. 음악이 어찌나 신나는지 관객들 모두가 저절로 박자에 맞추어 손뼉을 치게 되고 키트리의 몸짓에 다들 숨을 멈추곤 합니다. 관객 모두가 물개로 빙의하여 손바닥이 아프도록 손뼉을 치셨답니다. 10점 만점에 10점이에요. 기립박수를 저절로 치게 되는 그런 작품 돈 퀴호테 였습니다. 발레 팬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마린스키의 밤은 이렇게 깊어갔습니다.

마린스키 극장

오늘의 주인공 알렉산드로바가 연기하는 키트리의 자태를 잠시 감상해보시지요. 다른 풀버전들도 유튜브에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2월 28일 7일차
오늘은 예르미타쥬 박물관(State Hermitage Museum)에 가는 날입니다. 겨울궁전, 동궁, 윈터 팰리스 등으로도 불리고 있지요. 사실 가기 전에는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커봐야 얼마나 크겠어 정도의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택시에서 내려 코너를 돌아 광장 너머 건물을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이거 며칠 걸려야 다 볼 수 있을까?였습니다. 전시품은 거의 300만 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일단 본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역시 클락 룸에 겉옷을 맡기고 들어가게 되어있습니다. 엄청나게 부강했던 러시아 제국의 궁전답게 규모도 규모려니와 건물의 내부 장식, 수집품의 규모는 가히 상상초월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약탈보다는 거의 돈으로 사들인 것들이라고 합니다. 셀 수 없을 규모의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 방대한 렘브란트 컬렉션이 인상적입니다. 전시품을 일일이 거론하자면 이것만으로도 글이 길어질 것이므로 유명 작품 몇몇만 간단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드라마 촬영 중인 예르미타쥬 광장과 겨울궁전 본관

아침부터 시작하여 하루 종일 보았는데 신관은커녕 본관도 다 보질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나중에 다시 와야 할듯합니다. 숙소로 돌아와 주변 한국 식당에서 저녁밥을 먹었습니다. 특이하게 러시아에서는 고기가 아니더라도 모든 음식의 양을 무게로 적어놓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치찌개 1인분 500루블에 200그램 이런 식입니다. 근처 편의점에서 바디로션을 큰 것으로 한 병 샀습니다. 전신의 살갗이 얼었다 녹았다 하며 허옇게 부르튼 상태였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바르리라 다짐하며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눕혔습니다. 박물관 안에서 2만 보를 넘게 걸었습니다.

탕자의 귀환, 다윗 왕과 조나단, 다윗 왕과 우리야 등 렘브란트 컬렉션이 한가득 입니다.

다빈치 티치아노 루벤스 세잔 고흐 등등 수많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3월 1일 8일차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말미암아 늦잠을 푹 자고 쉬었습니다. 점심때쯤 넵스키 대로 쪽 카페에 나가 차를 마시고 환전하고 거리를 걷다 들어왔습니다. 센나야 광장 쪽 재래시장에 들러 장갑과 목도리 모자 두꺼운 양말 등 필수품을 산후 근처 스시집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왔습니다.
3월 2일 9일차
오늘은 차이콥스키 묘소를 참배하러 갑니다. 겨울궁전에서 출발한 넵스키 대로는 상트를 남서쪽으로 관통하여 알렉산더 넵스키 수도원에서 끝납니다. 겨울궁전의 정반대에 위치한 이 대수도원의 공동묘지에는, 차이콥스키와 더불어 수많은 음악가 과학자 화가 작가 등등 여러 러시아의 위인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보로딘, 무소르그스키, 림스키 코르사코프, 루빈슈타인, 도스토옙스키의 묘가 이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유력했던 공산주의자들의 묘지도 따로 있습니다. -_-;; 묘비들도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으로서 하나하나가 특색 있게 아름답습니다. 여러 음악가들의 묘소를 지나 맨 오른쪽 끝에 위치한 차이콥스키의 묘소를 찾아, 두 천사로 장식된 묘비 앞에 코알라 인형을 하나 놓았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겨울 묘지에서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과 1812년 서곡을 틀었습니다. 이날 정말 날씨도 욕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듸질라게 추웠습니다. 까딱했으면 차이콥스키 옆에 저도 누울뻔했습니다.

보로딘 무소르그스키 차이콥스키의 묘


3월 3일 10일차
넵스키 대로와 마말리가는 어느새 매일 들르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마말리가에서

양파탑



피의 구원 성당

카잔 대성당


3월 4일 11일차
다시 예르미타쥬로 돌아갑니다.
여기를 오면 그림만 봐도 하루가 그냥 지나갑니다.
겨울이라 관람객이 없어 그림 앞바닥에 자리 깔고 앉아 질릴 때까지 볼 수 있었습죠.
직원과 저만 단둘이 있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이게 말로만 듣던 VIP 관람인가요...
하루 종일 겨울궁전을 전세 낸듯한 기분이 듭니다. 뵈클린의 죽음의 섬도 보고~ 기념품점에서 화집 사고~


피카소 마티스 인데 사람이 없습니다
고흐 룸에도 세잔룸에도 관람객이 없습니다.




로댕룸에선 직원이 저를 1:1밀착 마크 합니다


다빈치 피카소 마티스 르누아르 밀레 마네 모네 드가 세잔 고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3월 5일 12일차
성 아이작 성당 전망대로 올라가 봅니다.
상트 첫날에 성당 내부를 관람했지만 시간 관계상 전망대는 못 올라갔었거든요.
전망대에서 내려와 뾰뜨르 대제의 동상을 지나쳐 네바 강가의 해군성 본부까지 걸어봅니다.




바깥에서 오래 돌아다니는 것은 겨울 러시아에선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3월이 다 돼가는데 눈이 매일같이 내립니다. 모두들 제빙 제설 작업을 매일같이 하지만 답이 없습니다.
하루라도 안 하면 눈과 얼음 때문에 돌아다닐 수가 없습니다. 다음은 흔한 상트의 지붕 제설작업....



네바강이나 수로, 여름궁전 등 도시의 경관을 원하신다면 여름에 오셔야 할 겁니다. 또한 수로를 가르지는 300여 개의 다리가 유명하고 그중 말다리 사자다리 이집트다리 등이 유명합니다. 여름 한정 대한항공 직항 편도 있습니다. 아니면 핀에어로 핀란드부터 발트 3국+상트 여행을 하시는 코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예르미타쥬를 가실 거라면 겨울을 강추 합니다. 하루 종일 단독 관람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단골집, 넵스키 대로의 이탈리아 식당, 마르셀리스


돔 크니기 서점과 푸쉬킨의 단골집이었던 문학카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첼로 전공하는 친구를 위해 돔 끄니기에서 쇼스타코비치의 악보를 한 권 샀습니다.


3월 6일 13일차
오늘은 상트를 떠나는 날입니다. 일주일을 있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습니다.
너무나 아쉽지만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하며 짐을 챙겼습니다. 모스크바까지는 3등 야간 침대열차를 예약해 두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은 아니지만 러시아의 야간 완행 침대열차는 한번 타봐야지요.
러시아의 기차역 이름 붙이는 법은 좀 특이합니다. 역이름에 출발지가 아닌 도착지의 이름이 붙습니다. 러시아식으로 하면 서울역은 부산에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부산에 위치한,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는 역을 서울역이라고 부르는 식입니다. 이를테면 서울에 위치한 부산역에선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열차를 타는 것이죠. 이거 처음에는 엄청 헷갈립니다. 아무튼 상트에서 모스크바행 열차는 모스코브스키 역에서 출발합니다. 반대로 레닌그라드(상트의 옛 이름) 역은 모스크바에 있지요. @_@
맞은편엔 러시아 아주머니가 앉으셨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리란 걸 첫눈에 서로 직감하고 눈인사만 대충 나눕니다. 번역기를 사용해서 대화를 시도하는 아주머니...어디가는지 정도만 간단히 묻고 스파시바를 시전했습니다,,, 차장이 나눠주는 침구와 베개를 세팅하고 누워봅니다. 몇 시간 눈을 붙이고 아침 일찍 일어나니 기차는 아직도 하얀 설원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과 정신의 방처럼 눈보라 치는 광경만 계속 보고 가는 겁니다. 전화 시그널은 터지지 않습니다...간혹 기차역을 지나칠 때마다 잠시 잠시 터집니다. 시베리아 횡단 가시려는 분들 화이팅 입니다.
가방에서 빵과 물을 꺼내 요기를 하고 앞에 아주머니와 간단히 간식을 교환합니다. 다시 번역 어플을 꺼내어 대화를 시도하시는 아주머니.... 몇 마디 나누고 다시 스파시바를 시전합니다.
점점 사람 사는 마을들이 보이고 대략 9시가 되어 모스크바에 도착했습니다. 예약한 호텔은 래디슨 슬라브얀스카야(Radisson Slavyanskaya) 2박 3일입니다. 인테리어와 가구는 약간 오래된 느낌이 나지만 Gym도 있고 수영장도 있고 모스크바 강이 보이는 뷰도 좋습니다. 다리 건너면 바로 아르바트 구역이고, 환승 없이 지하철로 붉은 광장으로 갈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호텔입니다.


방에서 보이는 모스크바 강과 다리 지붕 위에 제설작업하는 사람들.

러시아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길을 걸어 다닐 때 좌우 앞뒤를 살피고 위도 조심하라~ 지붕에서 고드름이나 눈이 떨어지거든요
짐에서 잠시 운동하고 샤워 후 낮잠을 잤습니다. 3등 침대칸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후에 근처 쇼핑몰에 나가 식료품과 옷 등 이것저것 샀습니다. 저녁엔 아르바트 거리 근처 펍에 나가 이름 모를 흑맥주를 한잔하고 들어왔습니다.

3월 7일 14일차
오늘은 굼 백화점과 그 주변을 둘러봅니다. 요기도 무지막지하게 크네요.
백화점 안에서 커피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선물 몇 가지 샀는데 벌써 반나절이 지나갔습니다. 바깥으로 나와 다시 붉은 광장으로 향합니다. 오늘은 날씨가 첫날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주변을 둘러보고 사진도 좀 더 찍고 모스크바에 작별 인사를 합니다. 안녕 성 바실리 성당~




마뜨료쉬카 겟!

3월 8일 15일차
이제서야 러시아 키릴문자가 슬슬 익숙해졌는데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현지어와 대중교통이 익숙해질 때쯤 집에 가게 된다고 ㅎㅎ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 합니다. 모스크바 강변을 산책하고 쇼핑몰에서 오후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녁때 도착한 세레메티에보 공항은 이미 어둑 어둑합니다. 한국으로 갈 때는 코드쉐어로 아에로 플롯이 운행합니다. 기내식은 정말.... 별로였어요. 그동안 지겹게 먹은 블리니를 아침으로 주더군요.
이날이 세계 여성의 날이라서 여성 승객들에게는 비행기 안에서 붉은 장미 한 송이씩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3월 9일 16일차
아침 11시 조금 넘어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시드니행 비행기는 저녁 6시 45분 발입니다. 체크인 시간 고려하면 4-5시간쯤 여유가 있어 여동생을 공항으로 불렀습니다. 어릴 적엔 앙숙이었지만, 2년 만에 보니 반갑습니다. 공항에서 밥 먹고 커피도 마시고 마뜨료시카와 예르미타쥬 화집을 선물로 건넵니다. 밥도 사주고 용돈도 주고 놀다가 바이바이 하고 시드니행 비행기를 탑니다. 갈 때는 몰랐지만 인천공항이 그동안 굉장히 많이 바뀌었네요. 원래도 좋았는데 환승객 휴식 시설이 너무 좋아졌습니다.

3월 10일 17일차
비행기 안에서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아침에 시드니 도착, 집에 도착하니 대략 8시가량 되었습니다. 두 달 전 미리 예매해둔 카르멘이 1시에 시작입니다.
조금 눈을 붙일까 하고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뒹굴뒹굴 거리다 옷을 갈아입고 오페라 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오페라가 시작되자 거짓말같이 잠이 쏟아집니다 ㅠㅠ 아 안돼~~ 제일 좋아하는 카르멘인데..... 주변 부끄럽게 두 시간 내내 꾸벅꾸벅 졸다 나왔네요.... 오버나이트 플라이트 정말 싫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짐을 풀고 빨래를 돌리며 일상으로 복귀 ... 이번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 외 각종 썰

캐비어 자판기
공항이나 호텔 로비 등엔 캐비어 자판기가 있습니다. 맛이 궁금하다면 한 캔 드셔보세요~
저렴한 것은 2만-3만 원짜리도 있습니다.

인종차별&치안
러시아는 대표적 경찰국가입니다. 아마 우스갯소리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반은 경찰일 겁니다 ^^;. 때문에 밤늦게 외진 곳을 다니는 게 아니라면 꽤나 안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테러 방지를 위해 관광지나 쇼핑몰, 기차역 지하철 버스터미널 등 모든 곳에 입장 시 X레이 검색기와 금속탐지기를 거쳐야 합니다. 사설 보안요원들의 숫자도 엄청납니다.
인종차별 케이스... 저는 겪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겪지 않았다고 해서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선진국에서조차 인종차별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러시아에도 동양계의 비중은 적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동양계에 익숙한 사람들이고 또한 대부분 우호적인 사람들입니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만에 하나 바가지를 씌우거나 사기를 치려 하는 사람들에겐 강력하게 대응하면 됩니다. 큰소리로 주변에 경찰이나 보안요원을 부른다든지 하세요.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반드시 반경 50미터 안에 경찰이 있을 겁니다. 그 정도로 경찰이 많습니다.

택시
택시를 타실 때는 얀덱스 택시 앱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우버와 마찬가지로 미리 요금이 표시되기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없습니다. 요금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는 부담 없이 타실 수 있습니다. 저는 2-3달러 정도 되는 돈으로 타는 게 놀랍고 미안해서 팁도 조금씩 더 주었습니다. 길에서 잡아타는 택시는 다소 요금이 높고 바가지의 우려가 있습니다.

언어
호텔이나 큰 식당 외에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번역기 없이 길에서 무엇인가 물어보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물가
물가는 다소 낮은 편이지만 모스크바나 상트 같은 대도시는 그렇게 낮은 편이 아닙니다. 식료품을 직접 구입하면 많이 싼 편이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신다면 그렇게 저렴하진 않을 겁니다. 술 담배는 쌉니다. 기념품들은 다소 비싸게 가격을 부르는 편이니 흥정 잘 해보세요. 마뜨료쉬카는 품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저는 러시아 지인에게 부탁해서 사서 좋은 것을 저렴하게 샀습니다만 직접 사야 한다면 아마 흥정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러시아와 술
러시아 하면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술 이야기인데요. 실제로 마트에 가서 보니 일반 브랜드의 보드카는 정말 저렴한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인 벨루가는 비쌌습니다. 벨비디어, 스미노프, 그레이 구즈는 러시아산이 아닙니다.
허름한 현지 펍에서 맥주를 시키면 기본으로 큰 병이 나옵니다 ㅎㅎㅎㅎ 가격만 보고 작은 병인 줄 알고 시켰는데 큰 병을 가져다주더군요. 발찌카 맥주가 가장 일반적인데, 종류에 따라 도수에 따라 번호가 다양하고, 김정일 뽀글이가 좋아했다던 발티카 5번이 가장 무난합니다. 높은 것은 8도짜리도 있더군요. 2011년 까지는 맥주는 법적으로 술이 아니라 음료 취급했다고 합니다. 엄청난 음주량 때문인지 러시아 남자들의 사망률이 높다고 하네요. 이것 때문에 러시아 여자들 사이에선 러샤남이 인기가 별로랍니다.

웃지 않는 러시아인?
흔히 러시아인은 잘 웃지 않는다고 합니다. 차갑다고도 하구요. 그러나 그들은 공과 사를 철저히 분리할 뿐입니다.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겐 철저히 사무적으로 대합니다. 그러나 사적으로 만나는 친구들에게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입니다.

주요 지출 내역 (단위 AUD)
Total $4022= 약 3,206,000원

항공 및 교통
대한항공 시드니-서울-모스크바 왕복 $1222
우랄 에어라인 모스크바-상트 편도 $70
상트-모스크바 3등 야간열차 $31
지하철 및 대중교통 $48

숙소
모스크바 홀리데이 인 타간스키 2박 3일 $200.3
상트 숙소 스테이션 K 6박 7일 $238.6
모스크바 래디슨 슬라브얀스카야 2박 3일 $215

발레 티켓 $45
현금 인출 $1500 (식비, 박물관, 각종 용품 구입, 용돈)
카드 사용 $453 (기념품 및 선물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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